첨단 제품, 최신 상품을 유난히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휴대폰 교체 주기는 평균 18개월에 불과하다. 46개월간 사용하는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에 비교 매우 짧다. 아무리 신제품이라도 1년 반만 지나면 고물이 되는 셈이다. 2010년 한 해 이렇게 버려진 휴대폰만 1,844만대에 달한다. 한때 몸의 일부처럼 애지중지 아낌을 받다가 너무나 쉽게 내버려지는 휴대폰의 '운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가 휴대폰 재발견에 나선 사람이 있다. 10여년간 휴대폰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다 중고폰 감정사로 변신한 SK텔레콤 최영규(38ㆍ사진)씨. 이 회사 T에코폰센터에 근무하는 최 씨는 "멀쩡한 휴대폰이 유행에 밀려 쉽게 버려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며 "이들 휴대폰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 주는 감정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씨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중고폰을 감정해 등급과 가격을 매기는 것. 내부부식, 음성·데이터품질, 액정과 배터리 상태, 외관 등 20여 가지의 내외부 성능 테스트를 거친 중고폰은 N(New), A, B, C의 네 등급으로 나뉘며 가격이 매겨진다. 검사 시에는 부품의 부식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전자현미경, 전원공급장치가 동원된다. 하지만 각종 장비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사들의 꼼꼼함이다. 최씨는 "카메라 성능, 통화 품질 등 불량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은 결국 감정사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하루에 최씨의 손을 거쳐가는 휴대폰은 평균 60여개. 올 초만 해도 30개 정도였는데 일이 숙달되다 보니 2배로 늘었다. 중고폰 한 개 감정에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 센터 전체로는 34명의 감정사가 하루에 약 2,000대를 감정한다. 그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예전보다 효율이 늘었지만 야근을 해도 일손이 모자랄 정도"라고 말했다.
중고폰 감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외관이다. 일단 육안검사에서 눈에 띄는 흠이 있으면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나중에 되팔 때 제 값을 받고 싶다면 보호필름과 휴대폰 케이스를 활용해 외관을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최씨의 조언이다.
T에코폰센터는 지난 해 7월 대전시 서구 탄방통 SK둔산사옥에 문을 열었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믿을 만한 중고폰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 휴대폰을 세척하고 박스에 포장해주는 직원까지 포함하면 현재 100명이 근무한다. 감정사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휴대폰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나 내비게이션, 반도체 등 제조사에서 AS 경력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신입의 경우는 기간제교사, 축구선수 출신 등 전혀 연관 배경이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월 평균 센터에 들어오는 중고폰은 5만대. 완전 망가진 휴대폰을 제외한 4만5,000여대가 이들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어 시장으로 돌아간다. 최근에는 기업 고객들도 늘어 한꺼번에 법인용 중고폰을 구매해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석원 SK텔레콤 매니저는 "전문가들이 감정하고 문제가 있으면 반품도 가능해 고객들이 믿고 살 수 있는 게 강점"이라며 "앞으로 중고폰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현재 온라인과 200개 대리점에 달하는 중고폰 판매처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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