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스마트폰2012. 6. 12. 12:10

 

 

 

 

 

 

재생산에 50억 들겠지만 완벽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7일 밤샘 끝에 납기 맞춰

"기존 생산물량을 전량 폐기하세요."

"네? 50만개가 넘습니다. 게다가 영국 등 전 세계 28개국 첫 출시 날짜가 2주도 남지 않았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다 버리고 다시 만드세요. 우리가 애초 구상했던 디자인 콘셉트가 완벽히 구현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지금 바로 실행하세요."

최지성<사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독한 경영'이 화제다. 11일 삼성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달 17일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3' 초기 생산량 50만대의 뒤커버 50만개를 전량 폐기·재생산토록 지시했다. 갤럭시S3의 첫 발매(5월 29일)를 보름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시중에 판매되던 자사 휴대전화 15만대를 품질 불량을 이유로 수거해 불태웠던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시판을 앞두고 생산품 전량을 폐기 처분하기는 처음이다.

뒤커버를 재생산하는 비용은 40억~50억원이나 됐다. 최 부회장의 디자인 지적사항을 10여일 만에 개선해 28개 나라로 보내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그날 오후부터 수원과 구미의 삼성전자 휴대폰사업부에 비상이 걸렸다. 최 부회장이 지적한 '헤어 라인(hair line)' 문제 개선을 위해 수백 명의 디자인·생산 전문가들이 달라붙었다. '헤어 라인'이란 갤럭시S3 뒤커버에 새겨 넣은 은빛 가로선을 말한다. 은빛으로 가느다란 가로선들을 촘촘히 새겨 넣으면 마치 금속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빛을 받으면 광택이 더욱 도드라진다. '갤럭시S3'에 처음 시도한 디자인이다.

최 부회장의 지적은 헤어 라인의 광택감이 당초 기획했던 만큼 충분치 않다는 것. 그는 "제품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디자인 역시 100% 완벽해야 한다"며 재생산을 주문했다.

그날 이후 휴대폰사업부 임직원들은 매일 2~3개씩 새롭게 고안한 디자인 공법으로 시제품을 만들었다. 20일 오전까지도 최 부회장의 최종 결재는 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외관을 책임지고 있는 송모 전무가 20일 오후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과 특허 소송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최 부회장을 만나러 김포공항으로 달려갔다. 30분 이상 시제품을 살펴보던 최 부회장은 그제야 오케이 사인을 냈다. 오후 5시 비행기 이륙을 20분 남겨둔 시점이었다. 최 부회장의 비행기가 떠난 직후 경북 구미 휴대폰 공장은 일주일간 24시간 내내 가동한 끝에 전 세계 주요 국가 출시 일정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었다.

최 부회장은 평소에도 철저한 업무 처리와 시간 관리를 하는 인물로 꼽힌다. 5월 20~21일 애플 팀 쿡과 16시간의 마라톤 회동을 마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곧장 미국 삼성전자 법인에 들러 현지 TV·휴대폰 판매 상황을 점검했다. 삼성전자 TV·휴대폰사업부장 시절엔 일주일에 8개국을 도는 출장을 수차례 강행군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최 부회장의 '독한 경영'이 앞으로 삼성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Posted by zero1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