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42,750원 450 -1.0%)는 최근 각 계열사사 공동으로 70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의 추석차례비로 지급했다고 19일 밝혔다.
한화는 그 동안 설 명절에만 차례비를 지급해왔지만, 올해 추석의 경우 상반기 그룹 실적이 목표 대비 초과 달성한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특별보너스 성격으로 차례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기왕이면 중소 상공인을 지원하고 재래시장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동반협력의 취지에서 현금보다는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해 지난 주중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목표를 초과 달성한 임직원들에게도 격려와 함께 올 남은 기간에도 좀 더 열심히 뛰어보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명절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최근 한 의료원이 40~60대를 대상으로 명절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조사한 결과, 1위는 현금 혹은 상품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품권은 돈을 직접 주는 '민망한' 상황을 피하면서 받는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환금성도 좋아 해마다 명절 선물 용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도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일반 소비자들과 법인들을 상대로 상품권 영업에 총력을 기울여 작년 추석 대비 최고 34%까지 상품권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현재 현대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전년 대비 34.4% 증가했고 발행 물량이 많은 신세계도 1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에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50만원짜리 상품권을 100장 묶은 5000만원 상품권 패키지도 준비한 물량의 매진이 임박했다.
최근에는 선불카드 형식의 카드형 상품권(기프트 카드) 발행도 늘어나 상품권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주로 신용카드 회사들이 주도하는 카드형 상품권 시장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 덕분에 올 상반기 사용액 규모만 1조1996억원에 달하며 지난해(5523억원)에 비해 급성장한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그렇다면 상품권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과정은 어떻고 백화점과 신용카드 회사는 왜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일까.
◇상품권 발행 비용은=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 발행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사라졌고 따로 신고할 필요도 없다. 다만 1만원권 미만과 초과 상품권으로 구분해 1만원을 초과하는 상품권만 인지세를 내면 된다. 상품권이 유가 증권이면서도 전체 발행 규모 파악이 쉽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지세는 1만원 초과~10만원 이하면 200원, 10만원을 초과하면 400원을 낸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종이형 상품권의 경우 제작 단가가 장당 80~200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발행물량, 홀로그램 같은 보안요소를 얼마나 강도 높게 적용했는지가 가격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발행 물량이 많은 백화점 상품권은 자연스레 제작 단가가 낮아진다.
한국조폐공사 글로벌사업단 관계자는 "백화점 3사 중에서는 발행 물량으로 치면 신세계가 가장 많지만, 발행 금액으로 따지만 롯데가 조금 더 많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대형할인점인 이마트가 많아 상품권을 주로 소액으로 많이 발행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왜 상품권을 발행할까=상품권은 크게 백화점이나 구두 상품권 같은 '자사 발행형'과 선불카드 형식(외식 상품권, 문화 상품권, 카드사 발행의 기프트 카드 등)의 '제3자 발행형'으로 나뉜다.
백화점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선물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판매해 손쉽게 미래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상품권을 판매해 얻는 판매금을 일종의 선수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화점이 상품권 100억원어치를 팔았다면 실제로 이 상품권이 백화점에 청구되기까지 이 금액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수익은 선수금활용수익 혹은 금융수익으로 반영된다.
또 판매된 상품권이 백화점 매장에서 사용돼, 매장이 백화점에 금액을 청구하면 백화점은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지급한다. 이 때 수수료에 해당되는 금액이 백화점의 실제 매출로 잡힌다. 상품권 발행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기프트 카드 같은 3자 발행형 상품권의 경우는 이 상품권이 가맹점에서 사용될 때마다 가맹점은 매출을 올리고 발행사는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구조다.
상품권이 유효 기간 내에 청구되지 않아 백화점이 가끔 `공돈`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10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소비자가 유효 기간에 이 상품권을 쓰지 않을 경우, 10만원이 그대로 백화점 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회계장부상의 미회수퇴장수익으로 이른바 `낙전수익'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백화점 상품권의 미회수율은 약 0.4~0.8%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프트 카드의 경우 정확한 미회수율이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백화점 상품권 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수수료 수익 외에 상당한 규모의 낙전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왜 개인신용카드론 백화점상품권 못 살까? -'상품권 깡' 시장에 대해-
이번 추석이 지나면 백화점 상품권이 '상품권 할인유통 시장'에도 많이 풀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권 할인유통 시장은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는 대신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만들어낸 '2부시장'으로 속칭 '상품권 깡' 시장으로 통한다.
명동이나 강남역 일대 등 주로 번화한 상권에 상품권 깡을 취급하는 업소들이 많다. 우리보다 상품권 종류가 훨씬 다양한 일본의 경우에는 아예 '금권숍' 형태로 양성화돼 있을 정도다.
상품권 깡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권 가격은 철저하게 발행 규모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발행 규모가 많을수록 값은 떨어지고 선호도가 높은 상품권일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상품권 온라인 매매업체인 티켓나라 관계자는 "명절을 기점으로는 보통 한 달 전부터 법인들의 매수 수요가 꿈틀대며 거래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한다"며 "16일 현재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명절 일주일 전부터 상품권 매도 물량이 매수 수요를 웃돌며 거래 가격이 하락(할인율 상승)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티켓나라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현재 매입 할인율은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5.5%로 가장 낮고 신세계 상품권이 7%로 높다. 현대와 롯데백화점 10만원 상품권은 9만4500원에 살 수 있는 반면 신세계 상품권은 9만3000원이면 살 수 있다.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가격이 싼 이유는 발행 물량이 3사 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 점포가 전국적으로 많기 때문에 발행 물량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상품권 할인 유통 시장에서 가장 싼 상품권, 다시 말해 할인율이 높은 상품권은 '제화 상품권'이다. 제화 업체들이 법인들에 영업·판매를 할 때부터 20~30% 할인율을 적용해 대량 판매한 것이 높은 할인율의 원인이 됐다. 티켓나라에서 거래되는 금강제화 10만원권은 30% 할인율을 적용받아 7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상품권 발행은 유통 질서를 무너뜨려 결국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들이 소비자들의 불만도 불구하고 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살 수 없게 막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백화점 상품권이 `카드 깡'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백화점 상품권 가치 및 이미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정부도 지난 2002년 백화점 상품권을 개인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백화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백지화했다.
하지만 백화점들이 손쉽게 현금 확보를 하면서 카드 수수료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이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재 백화점 상품권 판매소에선 법인 카드로만 상품권을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