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자동차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갓 새로 나온 3천만원대 SUV 이스케이프다. 이 차 안에는 포드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잡고 만든 싱크(SYNC)가 들어가 있다. 스마트 카, ‘커넥티드 비이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빠지지 않는 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야기를 해보려고 신형 이스케이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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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가 깔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이름은 ‘마이포드터치’다. 이름처럼 터치스크린을 갖췄다. 화면을 두드려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만 포드의 기본은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 차량 조작이다. 스티어링에 달린 리모컨도 하나의 입력방식이겠지만 마이포드터치의 핵심은 싱크의 강점인 ‘음성인식’이다.
포드 자동차에 싱크가 들어간 것은 2008년부터다. 2006년 포드에 전문경영인 엘런 멀랠리 CEO가 들어오면서 꺼내든 우선 과제가 ‘포드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버리는 것이었다. 포드는 미국은 물론 유럽 시장에서도 이른바 잘 나가는 브랜드인데 이 기술들이 다른 브랜드들에 분산되면서 정작 포드에는 기술이 없다는 인식이 박혔다. 이를 풀어내는 하나의 열쇠가 I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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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음성인식 운영체제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거의 완벽하게 알아듣고 즉각 반응한다. 시리처럼 대화형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니고 운영체제 자체에 내장된 단어를 인식한다. 오프라인 받아쓰기라고 보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음성인식 기술로 포드가 서비스를 오래 해 온 만큼 데이터가 넉넉하게 쌓여 1만개 이상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초기에는 오디오를 콘트롤하고 전화를 거는 정도만 됐는데, 점차 발전해서 에어컨과 내비게이션에도 싱크가 적용된다. 한글이 아직 안 돼서 영어로 해야 하지만 ‘에어컨 18도’, ‘공항까지 길 안내’ 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 원하는 일들을 처리해준다. 버튼은 스티어링 한쪽에 달려 있다. 애플이 자동차에 아이폰을 연결해 시리를 쓰도록 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다. 싱크에는 미국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간단한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된다. 영화관이나 음식점 정보들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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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운 것은 이런 기능이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포커스’부터 시작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링컨까지 모든 차종에 똑같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차종에 따라 싱크가 얹히는 하드웨어가 다르고 모니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있지만 음성 명령은 모든 차종에서 똑같이 쓴다. 포드가 강조하는 기술의 민주화다. 기술 지원도 이어진다. 올 초 싱크가 2.0으로 업데이트되었는데 이를 대부분의 차종에도 업그레이드해준다. 운전 중에 눈을 떼지 않고 오디오를 켜거나 에어컨 온도를 맞추는 것은 안전 문제와 더불어 운전 경험과도 연결되므로 모든 포드의 차량이 똑같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정책이 토크벡터링 기술에도 적용된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 안쪽과 바깥쪽 바퀴의 회전을 다르게 해 차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돌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데, 대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차량에 쓰는 고급 기술이다. 포드는 싱크와 토크벡터링을 모든 차량에 똑같이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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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에 따라 통신망에 연결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연결하거나 통신 동글을 붙인다. 스마트폰은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다. 아이폰을 연결하니 주소록을 싱크로 내려받는다. 마이포드터치 화면에 스마트폰도 뜨고 안테나 연결 상태도 보인다.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 동영상 등을 차량에서 재생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음성 명령으로 된다. 비틀즈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면 스마트폰을 뒤져 그 음악을 들려주는 식이다. 안전 문제 때문에 웹브라우징 등이 들어가진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 공유 기능이 들어 있다. 뒷자리에 앉아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식이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아직 위험하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포드도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적용하고 있는 원격 시동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입장이다. 기술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추후에라도 앱을 설치할 수도 있다. 포드는 홈페이지에서 아직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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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성도 좋다. 시승했던 이스케이프에는 RCA 단자도 있고 USB 포트도 2개나 있다. 블루투스까지 치면 이론적으로 MP3 플레이어를 4개나 붙일 수 있다. SD카드 슬롯은 기본이다. 하지만 제일 놀란 건 콘센트다. 최고 130W까지 쓸 수 있다. 노트북 어댑터가 보통 65W 정도다. 빔 프로젝트를 연결해도 된단다. 차 안이 곧 IT 공간인 셈이다.
포드는 IT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이다. 운전의 경험에 IT가 더해지는 것에 대한 이해가 높고 그 생각들이 제품 곳곳에 묻어난다. IT는 대개 비싼 옵션으로 따라오는데 포드는 싱크를 두고는 옵션 장사를 하지 않는다. 포드는 실리콘밸리에 차량 시스템 연구소를 열고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적극적이어서 벌써부터 차량에 동작인식 기능인 키넥트가 들어가 동작 커맨드나 졸음방지 등이 더해질 전망이다. 자동차인지 전자제품인지 경계는 점차 더 애매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