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더 빠르게”를 외치며 롱텀에볼루션(LTE) 경쟁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전국망 구축과 콘텐츠에서 이미 일전을 겨룬 통신사들은 이제 LTE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LTE 요금은 3세대(G)보다 크게 올라 결국 통신사들의 배만 채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 달아오른 멀티캐리어 경쟁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SK텔레콤(017670)과 LG유플러스(032640)가 LTE 멀티캐리어 상용화에 돌입했다. 포문은 SK텔레콤이 먼저 열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강남 KTB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TE 멀티캐리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LTE 멀티캐리어는 두 개 이상의 주파수를 동시에 사용해 LTE 속도와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 이용자가 몰리면 다른 주파수로 이용자를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기존 800MHz 대역에 지난해 구입한 1.8GHz 대역을 더했다. 권혁상 SK텔레콤 네트워크본부장은 “지난해 주파수를 구입할 때부터 멀티캐리어 기술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말에는 LTE 가입자가 650만명 정도로 늘어날텐데 그 정도면 추가적인 주파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멀티캐리어 상용화를 선언하자 LG유플러스도 바로 맞불을 놨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발표가 있은 직후 6월 중에 2.1GHz 주파수 대역에 LTE 망을 구축하고 기존의 800MHz 대역과 함께 멀티캐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광화문, 명동, 강남, 신촌 등에 2.1GHz 대역 소형기지국 300개를 설치하고 하반기 중에는 서울과 수도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8GHz와 900MHz의 주파수를 갖고 있는 KT도 3분기 중으로 서울 주요 도심에서 LTE 멀티캐리어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멀티캐리어 경쟁은 올해 초 SK텔레콤과 KT가 벌였던 가상화 기술 경쟁에 이은 두번째 LTE 기술 경쟁이다. 올해 1월 KT는 LTE WARP 시연회를 열고 최대 144개 기지국을 하나의 가상 기지국처럼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을 삼성전자(005930)와 공동 개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바로 반박자료를 내고 “이미 144개 기지국 연동이 가능한 동일한 기술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KT만의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과열 경쟁에 요금은 오르고
LTE 네트워크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기술 경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아직 네트워크 망부하도 없는 상황에서 과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도 지금의 LTE 기술 경쟁이 과열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강종렬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KT가 가상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선전하지만 그에 맞는 고객들이 있어야 효과도 있는 것인데, 아직은 LTE 망부하가 없는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LTE 망부하도 여유 있는 편이다. 강 원장은 “현재 LTE 가입자 300만명에 트래픽은 3500테라바이트(TB) 수준”이라며 “현재의 네트워크로도 1인당 1.6~1.9기가바이트(GB)를 쓴다는 가정하에 650만명까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TE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내년 정도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열 경쟁의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통신사들은 LTE를 실적 개선을 위한 돌파구로 삼고 있다. KT가 밝힌 1분기 이동통신 가입자당 매출액(ARPU)은 3G가 3만5000원, LTE가 5만2000원이다. LTE ARPU가 3G보다 32.7%나 높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는 LTE에서 그에 걸맞는 수익을 올리고 싶은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지난해 요금 인하부터 올해 LTE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ARPU가 높은 LTE에 투자와 마케팅을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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