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비게이션에 스마트폰 화면을 띄우는 미러링 기술은 생각보다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요즘 어지간한 설치형 내비게이션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이 더 똑똑하게 길을 찾아주면서 스마트폰 거치대 시장이 크고 있다. 이걸 큼직한 내비게이션 화면에 띄우면 되는데, 이를 시장이 놓칠리가 없다.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표준 규격으로는 미러링크가 뜨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슷한 원리에 이를 변형한 독자 엔진을 쓴 무선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유선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있다. 목적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띄우기’이지만, 각 방법은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모니터에 PC 연결하듯 간단한 일은 아니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카 서비스. 스마트폰의 모든 화면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비춰진다.
무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통신사가 주로 쓴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량에 설치해 화면을 받아오는 장치에는 윈도우CE가 깔려 있다. 그 자체로도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지만, 그 안에 미러링 기술을 넣어 스마트폰에 따라 똑똑한 단말기로 변한다.
스마트카는 국내 기업인 유브릿지의 미러링 엔진을 쓴다. 유브릿지의 미러링 엔진인 UVS는 미러링크처럼 VNC(가상네트워크컴퓨팅)을 기반으로 하는 풀 미러링 기술이다. 스마트폰의 모든 화면을 그대로 화면에 띄워주는 방식이다. 게임이고 유튜브고 가리지 않고 모든 앱이 그대로 비춰진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카 서비스. 안드로이드 전체가 미러링돼 화면 위 메뉴는 물론이고 왼쪽에 아예 홈, 뒤로가기, 검색 등 소프트웨어 버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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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밀고 있는 킬러 서비스인 티맵도 미러링 서비스를 한다. 두 계열사가 나눠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데, 엠앤서비스는 ‘미러링 포 티맵’, SK플래닛은 ‘티맵링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두 서비스 모두 엠앤서비스가 개발한 ‘N미러링’이라는 기술을 이용한다. 이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전체를 미러링하는 것이 아니라, 티맵 그 자체만 전송한다. 미러링 라이브러리를 앱에 집어넣은 것이다. 자동차 화면에는 오로지 티맵 화면만 나온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LG유플러스의 풀 미러링 기술이 더 앞서 있는 것으로 꼽힌다. 연결된 스마트폰에서 뜨는 화면으로 그 어떤 내비게이션 앱이라도 띄울 수 있다. 유플러스내비부터 김기사, 아틀란, 티맵까지 안 뜨는 게 없다. 동영상도 볼 수 있다. 동영상 화질이 깔끔하진 않지만, 지루한 차 안의 이동 시간을 달래줄 정도는 된다. 게임이나 웹툰이라고 못 띄울 것도 없다. 전화가 걸려오면 화면에도 전화가 걸려오는 화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자동차에 붙인 것 같은 경험을 만들어준다.
반면 미러링 포 티맵은 오로지 티맵의 화면을 내비게이션처럼 큼직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처음 티맵을 띄우면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모니터에 똑같은 화면이 뜬다. 그런데 화면에 안드로이드 메뉴바가 안 뜬다. 앱 화면만 잡아서 전송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면 LG유플러스의 스마트카가 더 좋아보일 수 있지만, 미러링 포 티맵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화면이 완전히 분리된다는 강점이 있다. 스마트폰의 홈 버튼을 눌러 메뉴를 빠져 나가도 차량의 화면에는 티맵이 계속 길안내를 한다. 그 동안 스마트폰은 다른 앱을 돌릴 수 있다. 전화가 걸려와도 길안내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통화를 하면 되는 구조다. 자동차에서는 이런 방식이 좋을 수도 있다. 운전자 용도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다.
▲미러링 포 티맵 화면. 화면 위를 보면 안드로이드의 메뉴 막대가 빠져 있다. 티맵 화면 자체만 전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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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 포 티맵의 디스플레이 장치에서도 풀 미러링을 쓸 수 없을까.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안드로이드 화면을 VNC로 전송하려면 일반적인 방법으론 안 되고, 루트(root) 권한이 필요하다. 이 서비스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루팅하라고 할 수는 없다. 앱 하나에 대해서만 미러링한다면 이 문제는 없다. 앰엔서비스는 서비스가 스마트폰과 완전히 분리되기 때문에 차량에는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카는 이 문제를 제조사들과 협의를 통해 ‘스마트카’ 앱에 대해 스마트폰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전에 권한을 받았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를 통해 유통되는 스마트폰에 한해서만 서비스가 된다. 스마트카 앱을 실행하면 별도의 런처가 뜬다. 우리가 안드로이드에 고런처나 아톰런처 등 별도 런처를 깔아 쓰는 것과 똑같다. 그 안에 내가 깔아둔 앱들이 뜬다. 다만 차량용 화면에서 보기 쉽게 돼 있고 이 런처가 뜨면서 화면을 전송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무선 연결의 방식은 다른 서비스가 나와도 이 두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또 다른 기술로 검토되는 미라캐스트 역시 화질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 제품 모두 800×480 정도의 해상도를 낸다. 내비게이션처럼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앱은 문제 없지만, 데이터 전송률이 그리 높지 않아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는 동영상은 HDTV나 고화질 스마트폰에 적응된 눈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둘 다 약간의 시차도 있다. 화면을 잡아서 전송하고 이를 다시 디스플레이에 띄워주기까지 1초 이내의 시간이 걸린다.
▲아이두잇의 유선 미러링 제품. MHL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질, 반응속도 등은 가장 좋다. 다만 선을 연결하는 번거로움이 꽤 큰 장벽이다.
화질에 민감하다면 유선을 쓸 수밖에 없다. 유선은 보통 MHL 출력 단자를 이용한다. HDMI와 비슷한 디지털 영상 단자로 화면을 출력하는 것이다. 별도의 디스플레이 출력 칩이 화면 정보를 바로 내보내다보니 성능을 축내지 않아, 거의 동시에 화면이 뜬다. 유선이기에 데이터 전송률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선이 주렁주렁 널리는 게 거슬리지만, 화면 출력은 스마트폰이라면 거의 모든 제품에서 된다. 낡은 안드로이드폰이나 에어플레이 라이선스를 받아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애플 제품도 유선 디스플레이 출력은 작은 단자 하나로 된다. 국내에는 아이두잇이 MHL을 이용해 지난해 11월 제품으로 출시한 바 있다. 1024×600 디스플레이에 매끄럽게 띄워준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기술은 아직 없다. MHL만큼 빠르고 범용적인 방식을 무선으로 처리하고 그 마저도 앱과 운영체제 전체 출력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다. 그것도 위 제품들처럼 별도의 모듈을 구입해 달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하나의 표준이 지정돼 완성차 자체에 붙으면 금상첨화겠다.
아직은 최신의 전파 기술이나 별도의 유선 연결 모듈을 붙이는 것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IT 전문가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그간 단단히 죄었던 API들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런 방향성에 동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답은 간단하다. 디스플레이 하나만 차량에 달아두고 마치 모니터처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 가격이 싸고 간편하면서 10년씩 타는 자동차에 항상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다는 효과를 낸다.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지원에 대한 책임도 없으니 자동차 업계로서는 생색도 내고 원가도 줄이고 책임도 더는 효과다. 곧 자동차 구입의 조건 중 하나가 ‘스마트폰은 어떻게 연결하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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