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아이폰 등 정전식이 주류지만 터치 실수 잦아
정확한 일처리엔 감압식·자판 쓰는 게 유리
모바일 오피스 구축하는 기업체들 채택 늘어
#1 에스케이(SK)그룹 계열사 김아무개 팀장은 최근 스마트폰으로 사장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등에 진땀이 흐르는 경험을 했다. 사장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답장을 보내려는데, 미처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옆의 보내기 버튼이 터치됐다. 바로 사장한테서 “뭐라는 거야?”라고 짜증 섞인 문자메시지가 왔고, 김 팀장은 급하게 해명 문자메시지를 만들다 같은 실수를 또 했다. 결국 사장이 전화를 걸어 ‘한소리’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안아무개 과장은 회사가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면서 지급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사고를 자주 친다. 통화기록이나 전화번호부를 띄워 통화 상대를 골라 터치를 하다 옆의 다른 전화번호를 건드려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가 걸리는 것이다. 아니다 싶어 바로 전화를 끊었는데, 이미 상대방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아 다시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많다. 까칠한 임원에게 잘못 전화를 건 뒤 바로 끊었다가 “잘못 걸었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냥 끊어버리면 되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손가락 터치 방식(정전식) 사용법 때문에 난처한 상황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경험은 회사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 방침에 따라 갑자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 직장인들이 자주 한다. 노안이 왔거나 손가락 터치 감각이 떨어지는 40대 후반 직장인들이 “터치 방식은 맞지 않는다”며 자판이 달린 것이나 펜으로 꾹꾹 눌러 쓰는 것으로 바꾸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구세대’ 소리를 들을까봐 참는 실정이다.
현재 스마트폰은 손가락으로 화면 속 그림이나 글자를 터치하거나(정전식), 펜으로 화면 속 그림이나 글자를 누르거나 필기체로 글자를 입력(감압식), 자판을 통해 글자를 입력하거나 메뉴를 선택하는 등 3가지 방식이 공급되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는 주로 자판 방식을 채택한 반면, 스마트폰은 정전식이 대세다. 초기 스마트폰엔 감압식이 대세였으나, 아이폰 등장 이후에는 정전식이 주로 채택되고 있다.
사람 몸속에 흐르는 전류를 활용하는 정전식은 사용의 편리성과 반응속도에서 앞선다. 손가락만 있으면 되고, 스크린의 내구성도 좋다. 대신 화면이 커야 하므로, 정전식을 채택한 스마트폰은 값이 비싸다. 정밀성도 떨어진다. 펜의 압력을 감지해 작동하는 감압식은 화면이 작아도 되고, 스마트폰을 정밀한 작업용으로 쓸 때 유용하다. 스마트폰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것도 감압식의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선 애플과 케이티(KT)의 아이폰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정전식은 ‘신식’, 감압식은 ‘구식’이란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어떤 용도로 주로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적으로나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주로 이용할 때는 정전식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멀티 터치 등을 지원해 사용법이 편하고, 별도로 펜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반면 업무용으로 쓸 때는 감압식이나 자판 방식이 유리하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고, 오류 가능성도 낮다. 감압식의 경우, 필기체 인식도 가능하다. 특히 1바이트로 구현되는 알파벳 문자와 달리 2바이트를 쓰는 한글과 한자 문화권에서는 감압식이 더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전시회에 참석해 “한글을 쓰는 우리나라, 특히 스마트폰을 업무용으로 쓸 때는 감압식이 훨씬 좋은데, 아이폰 때문에 왜곡됐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감압식 스마트폰 수요가 곧 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업 용으로는 림사의 ‘블랙베리’와 모토롤라의 ‘모토쿼티’ 같은 자판식 스마트폰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면서 자판이나 감압식 터치스크린을 단 스마트폰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엘지전자와 이랜드 등이 임직원들에게 자판이 달린 ‘옵티머스 큐’를 지급하기로 했고, 포스코·대한항공·시티은행·현대하이스코 등 500여개 기업이 블랙베리로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전식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감압식 및 자판식도 명맥이 유지되는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 업체들이 공급하는 감압식 스마트폰으로는 삼성전자의 ‘옴니아’, 팬택의 ‘시리우스’ 등이 있다. 자판이 달린 것은 블랙베리, 엘지전자의 ‘옵티머스 큐’(정전식 터치 겸용)와 ‘안드로원’, 모토쿼티 등이 공급되고 있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옵티머스 큐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손가락 터치 방식 대신 자판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앞으로 내놓는 스마트폰 가운데 30% 이상은 자판이나 감압식 터치스크린을 채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감압식 기술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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