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하루 일을 마친 퇴근길. 수고했다고, 고생 많았다며 등두드려 주는 사람은 없다. 출근때 겪었던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에 항시 그랬던 것처럼 지친 몸을 싣는다. 이 때 지하철 객차안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승객 여러분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하루 안 좋은 일이 있으셨다면 털어내시고, 좋은 기분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남은 귀갓길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운행을 책임지는 오용태(31) 차장의 안내방송이다.
▲ 비타민기관사인 오용태 차장의 근무공간인 전동차 운전석. 이 좁은 곳에서 3시간을 꼼짝없이 지하철을 운행하며 안내방송을 한다.
▲ 오용태 차장(오른쪽)이 전동차 운행전 업무 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누구나 운좋게 오 차장의 전동차를 잡아타는 날이면 축 늘어졌던 어깨에 생기가 솟는다. 그의 안내방송이 일상의 힘겨움에 ‘비타민’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낮 12시 그가 탄 전동차가 모든 점검을 마치고 대림역을 출발했다. 그는 전동차가 역에 정차할 때마다 운전석 옆 창문을 열고 재빨리 CCTV 모니터를 확인했다. 승객들의 승·하차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화면이다. 그는 보통 3시간 정도 지하철에 타지만 한눈 팔 겨를이 없다.
지난 2007년 가을 지하철 기관사가 된 그는 아직 선배 기관사를 돕는 ‘부사수’ 일을 맡고 있다. 선배 기관사가 전동차 운행을 전담하고, 그는 안내방송과 CCTV 모니터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이 일은 출발지인 대림역에서 시작해 2호선을 연속으로 두바퀴를 돌 동안 계속된다.
앞선 열차와 간격이 이상없는 지를 알려주는 신호를 확인하는 것도 그의 임무다. 이상이 없으면 전동차 출입문을 닫은 뒤 출발 준비를 마친다. 한손으론 차량내 방송용 송신기(마이크)를 잡고 “출입문이 닫힙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한다. 차량이 출발한 뒤에도 계속 선로를 지켜본다. 혹시라도 사람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음 역으로 갈 때에는 “냉방 가동 중이니 추우면 얘기해 달라.”는 등 정해진 안내 방송을 한다. “나른한 오후 밝은 햇살처럼 활짝 웃고 힘내시라.”는 등 승객의 힘을 북돋우는 안내 방송은 덤이다.
대림역을 출발한 지 40분쯤 뒤 성내역에서 잠시 정차한 전동차가 출발했다. 그는 익숙한 폼으로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전동차는 한강을 남북으로 가로 지르며 질주한다. 전망이 시야에 꽉 차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 곳. 그래서 그는 성내~강변, 합정~당산 구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오 차장은 이 특별한 구간에선 꼭 특별한 안내방송을 한다.
“잠실철교를 지나고 있습니다. 잠시 창밖의 한강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앞에 계신 분들과 눈이 마주친다면 먼저 눈인사를 건네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는 업무가 틀에 박힌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상을 초월한,상식에서 다소 벗어난 일들을 종종 만난다. 언젠가 그는 ‘사랑의 메신저’가 된 적이 있다고 했다. 한 남성 승객이 차량 맨 끝으로 와 쪽지를 전하며 “자신의 여자 친구를 위해 한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했고, 안내 방송 중 잠깐의 틈을 그 마음을 대신 전했다. 승객들의 질책도 생각했지만 ‘사랑의 깜짝 이벤트’도 괜찮겠다 싶어 결정을 했고, 큰 탈 없이 넘겼다.
▲ ‘지하철 2호선 비타민’ 오용태 차장이 운전하는 전동차 운전석에 열차 시간표 등이 놓여 있다.
▲ 지하철 전동차 운전석에 설치된 안내방송용 송신기.
그러나 그의 업무는 승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것. 전동차는 운행 과정에서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다. 서두르는 승객들에게 주의를 주고, 야단치는 것은 그의 업무 수칙이다. 이 날도 그는 “어린이의 손을 꼭 잡아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임신부나 노약자가 타면 “혹시 자신 앞에 임신부가 계시면 자리를 양보해드리는 건 어떨까요.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한 잔소리’도 늘어놓는다.
오 차장은 “방송을 너무 자주 하면 안된다.”고 했다. 일부 승객들이 불편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몇번 술취한 승객이 시끄럽다며 시비를 건 적도 있었다. 한번은 취객에게 발길질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서운한 마음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이 직업이 나의 천직”이라 여기며 넘겼다고 전했다.
그는 새벽 첫차에 탄 승객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더욱 방송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첫차 승객 대부분이 남들보다 고된 하루를 보내는 ‘일꾼’이기 때문이다.
”제 목소리를 듣고 시민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힘든 일이 많은데 기운내시라는 의미에서 방송을 할 때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매일 타는 지하철을 좀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요.”
이 날 3시간여 ‘시민의 발’이 됐던 그는 “제 안내방송을 들은 승객들 모두 하루종일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명절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최근 한 의료원이 40~60대를 대상으로 명절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조사한 결과, 1위는 현금 혹은 상품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품권은 돈을 직접 주는 '민망한' 상황을 피하면서 받는 사람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환금성도 좋아 해마다 명절 선물 용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도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일반 소비자들과 법인들을 상대로 상품권 영업에 총력을 기울여 작년 추석 대비 최고 34%까지 상품권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현재 현대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전년 대비 34.4% 증가했고 발행 물량이 많은 신세계도 1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에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50만원짜리 상품권을 100장 묶은 5000만원 상품권 패키지도 준비한 물량의 매진이 임박했다.
최근에는 선불카드 형식의 카드형 상품권(기프트 카드) 발행도 늘어나 상품권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주로 신용카드 회사들이 주도하는 카드형 상품권 시장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 덕분에 올 상반기 사용액 규모만 1조1996억원에 달하며 지난해(5523억원)에 비해 급성장한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그렇다면 상품권의 탄생에서 소멸까지 과정은 어떻고 백화점과 신용카드 회사는 왜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일까.
◇상품권 발행 비용은=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 발행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사라졌고 따로 신고할 필요도 없다. 다만 1만원권 미만과 초과 상품권으로 구분해 1만원을 초과하는 상품권만 인지세를 내면 된다. 상품권이 유가 증권이면서도 전체 발행 규모 파악이 쉽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지세는 1만원 초과~10만원 이하면 200원, 10만원을 초과하면 400원을 낸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종이형 상품권의 경우 제작 단가가 장당 80~200원 수준에서 결정된다. 발행물량, 홀로그램 같은 보안요소를 얼마나 강도 높게 적용했는지가 가격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발행 물량이 많은 백화점 상품권은 자연스레 제작 단가가 낮아진다.
한국조폐공사 글로벌사업단 관계자는 "백화점 3사 중에서는 발행 물량으로 치면 신세계가 가장 많지만, 발행 금액으로 따지만 롯데가 조금 더 많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대형할인점인 이마트가 많아 상품권을 주로 소액으로 많이 발행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왜 상품권을 발행할까=상품권은 크게 백화점이나 구두 상품권 같은 '자사 발행형'과 선불카드 형식(외식 상품권, 문화 상품권, 카드사 발행의 기프트 카드 등)의 '제3자 발행형'으로 나뉜다.
백화점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선물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판매해 손쉽게 미래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상품권을 판매해 얻는 판매금을 일종의 선수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백화점이 상품권 100억원어치를 팔았다면 실제로 이 상품권이 백화점에 청구되기까지 이 금액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수익은 선수금활용수익 혹은 금융수익으로 반영된다.
또 판매된 상품권이 백화점 매장에서 사용돼, 매장이 백화점에 금액을 청구하면 백화점은 수수료를 떼고 대금을 지급한다. 이 때 수수료에 해당되는 금액이 백화점의 실제 매출로 잡힌다. 상품권 발행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기프트 카드 같은 3자 발행형 상품권의 경우는 이 상품권이 가맹점에서 사용될 때마다 가맹점은 매출을 올리고 발행사는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구조다.
상품권이 유효 기간 내에 청구되지 않아 백화점이 가끔 `공돈`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10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소비자가 유효 기간에 이 상품권을 쓰지 않을 경우, 10만원이 그대로 백화점 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회계장부상의 미회수퇴장수익으로 이른바 `낙전수익'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백화점 상품권의 미회수율은 약 0.4~0.8%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프트 카드의 경우 정확한 미회수율이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백화점 상품권 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수수료 수익 외에 상당한 규모의 낙전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왜 개인신용카드론 백화점상품권 못 살까? -'상품권 깡' 시장에 대해-
이번 추석이 지나면 백화점 상품권이 '상품권 할인유통 시장'에도 많이 풀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권 할인유통 시장은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는 대신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만들어낸 '2부시장'으로 속칭 '상품권 깡' 시장으로 통한다.
명동이나 강남역 일대 등 주로 번화한 상권에 상품권 깡을 취급하는 업소들이 많다. 우리보다 상품권 종류가 훨씬 다양한 일본의 경우에는 아예 '금권숍' 형태로 양성화돼 있을 정도다.
상품권 깡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권 가격은 철저하게 발행 규모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발행 규모가 많을수록 값은 떨어지고 선호도가 높은 상품권일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상품권 온라인 매매업체인 티켓나라 관계자는 "명절을 기점으로는 보통 한 달 전부터 법인들의 매수 수요가 꿈틀대며 거래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한다"며 "16일 현재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명절 일주일 전부터 상품권 매도 물량이 매수 수요를 웃돌며 거래 가격이 하락(할인율 상승)하기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티켓나라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현재 매입 할인율은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5.5%로 가장 낮고 신세계 상품권이 7%로 높다. 현대와 롯데백화점 10만원 상품권은 9만4500원에 살 수 있는 반면 신세계 상품권은 9만3000원이면 살 수 있다.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가격이 싼 이유는 발행 물량이 3사 중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 점포가 전국적으로 많기 때문에 발행 물량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상품권 할인 유통 시장에서 가장 싼 상품권, 다시 말해 할인율이 높은 상품권은 '제화 상품권'이다. 제화 업체들이 법인들에 영업·판매를 할 때부터 20~30% 할인율을 적용해 대량 판매한 것이 높은 할인율의 원인이 됐다. 티켓나라에서 거래되는 금강제화 10만원권은 30% 할인율을 적용받아 7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상품권 발행은 유통 질서를 무너뜨려 결국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화점들이 소비자들의 불만도 불구하고 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살 수 없게 막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백화점 상품권이 `카드 깡'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백화점 상품권 가치 및 이미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정부도 지난 2002년 백화점 상품권을 개인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백화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백지화했다.
하지만 백화점들이 손쉽게 현금 확보를 하면서 카드 수수료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이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재 백화점 상품권 판매소에선 법인 카드로만 상품권을 구매가 가능하다.
부산사하서, 일본재력가 행세하며 사기극 벌인 40대女 구속 시계는 까르띠에, 옷은 구찌, 가방은 루이뷔통, 선그라스는 샤넬, 차량은 BMW.
자칭 일본 국적 재력가, 울산에서 소문난 쇼핑광으로 행세해 온 40대 여성이 알고 보니 20억여원을 등친 상습사기범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울산에서 거주하는 방모(49.여)씨는 2000년 동네 목욕탕에서 이웃인 이모(52.여)씨를 처음 만나 자신을 일본 국적 재력가라고 소개하며 "일본 고베에서 중장비회사를 경영하던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전 재산을 상속받게 됐다.
"라고 말했다.
그후 방씨는 이씨를 수시로 만나 자신이 엄청난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해 환심을 샀다.
그러던 중 지난 2005년 5월께 방씨는 "일본에서 동업을 하면 회사 지분의 35%를 주겠다.
"라며 이씨에게 일본 국적 신청 비용 등으로 4억원을 요구해 받는 등 이후 수년간 23차례에 걸쳐 13억원을 받아챙겼다.
이후 방씨는 자신을 철석같이 믿게 된 이씨와 함께 동네 목욕탕을 매개로 다른 이웃들과도 식사자리를 마련해 "일본에서 28억 상당의 수표를 국내로 들여오다 경찰에 사실확인을 거치고 있어 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라며 "갚아줄테니 돈을 융통해달라"라고 속여 주부 6명에게도 20여차례에 걸쳐 3억8천여만원을 받아챙겼다.
최근엔 부산의 박모(54.여)씨를 만나 대법원장과 막역한 사이라고 속여 구속된 아들의 석방조건으로 3억2천만원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피해자들을 속여서 받은 돈으로 방씨는 수시로 울산의 L, H 백화점을 드나들며 까르띠에, 구찌, 루이뷔통 등 최고급 명품을 사들였고 차량도 BMW를 구입해 몰고 다녔다.
심지어 방씨는 이씨의 신용카드를 자신의 것인양 사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방씨는 이씨 등 사기피해자들의 돈으로 명품을 구입해 치장하면서 실제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했고 이를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였던 셈이다.
경찰조사 결과 울산에서 양모씨라는 가명으로 활동한 방씨는 특히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년 5천만원 이상 매출실적을 올리면 부여되는 VIP고객 중 가장 많은 명품을 구입해 백화점 자체행사 등에 참석하는 등 백화점업계와 명품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큰손'으로 통했을 정도였다.
경찰은 방씨가 피해자 7명에게 받은 20억원 상당의 돈을 대부분 명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한 것 같다.
"라는 박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붙잡히면서 방씨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수년간 계속해온 사기행각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다.
방씨는 경찰에서 "쇼핑을 좋아해 매달 3천만원 이상 카드값이 나왔고 결제대금을 돌려막다보니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됐다.
"라고 말했다.
방씨에게 수년간 거액의 사기를 당한 이씨는 방씨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가 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고 방씨가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말에 크게 낙담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둘레길을 종주한 그들의 여정은 감동과 함께 여행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동안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가란 우려는 이 한 편의 다큐 같은 자아 찾기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듯합니다. 아쉬운 건 뇌관처럼 잠재되어왔던 MC 몽 사태가 수면 위에서 터지며 감동마저 반감시켰다는 것이지요.
자아 찾는 여행 망쳐버린 MC 몽 논란
1. 지리산 둘레길이 전해 준 여행의 즐거움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다섯 개의 코스로 만들어진 지리산 둘레길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습니다.제주도 올레길에 이어 산과 마을, 계곡들을 아우르며 우리의 강산을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감싸며도는 둘레길은 최고의 여행 코스가 될 수밖에 없음을 그들은 몸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쉽지 않은 산길을 오르내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여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만나게 되는 계곡에 망설임 없이 몸을 내던지는 그들에게 자연은 생명처럼 다가왔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환경 파괴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그곳에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경건함, 그리고 즐거움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풀벌레 소리, 자연이 내뿜는 향기들,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연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조화들은 인간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이자 축복이었습니다. 그 위대한 곳에서 유치한 장난 보다는 자신을 찾고 여행 버라이어티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그들의 '다큐 1박2일'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게임이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 게임으로 인해 자연은 묻히고 여행지의 아름다움은 뒤로 밀리곤 했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이번 다큐는 자연 속에 작아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포근하게 그 안에서 자유롭고 여유롭게 여행의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언제 다시 이런 포맷으로 방송이 만들어질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예능 방송에서 파격적으로 진행된 다큐 방식은 그들의 진심을 드러내는 좋은 형식은 되었지만, 기존의 코드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낯선 모습일 뿐이었으니 말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고행 같은 그들의 자아 찾기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진솔함으로 다가왔기에 그 어떤 특집보다도 특별하기만 했습니다.
여행이라는 주제로 자연 속에 들어서서 그 안에 살던 이들과 만나는 형식은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큐 1박2일'에서는 혼자 혹은 둘이라는 특성상 여행을 하며 만나는 이들과는 더욱 긴밀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들과 일상의 대화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 삶이 녹아 있었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만난 그들이 간절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마주한 그들의 소중함은 여행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매번 '다큐 1박2일'을 찍는다면 재미나 의미를 찾기는 힘들 겁니다. 그건 그저 여행 다큐멘터리일 뿐이니 말이지요. 예능에서 다큐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본다는 것은 시도만으로도 신선했습니다. 여행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한때 흐트러졌던 자신들을 되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지리산 둘레길'은 그들에게 무척이나 의미 있는 여행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다큐가 재미없다는 시선은 역시 편견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재미를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개인적인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1박2일'이 만들어낸 예능 다큐는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재미였습니다. 항상 함께 했기에 알 수 없었던 각자의 소중함과 늘상 습관처럼 행해서 단순해졌던 여행이 이번 지리산 둘레길을 통해 그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함께 할 때는 알 수 없었지만 떨어져 있으면서 그 소중함이 배가되는 경험을 한 그들입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좀 더 끈끈한 우정과 여행 버라이어티의 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흥미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2. MC 몽 논란은 본인의 결단이 우선
다양한 의미와 가치들을 만들어낸 <다큐 1박2일-지리산 둘레길을 가다>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어쩔 수 없이 MC 몽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피디나 멤버들의 믿음으로 함께 여행을 해왔던 MC 몽. 그의 병역 의혹이 경찰에서 확신을 가지고, 검찰 수사로 넘어가며 여론은 악화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전부터 MC 몽 하차를 요구하던 이들에게 병역을 기피하기위해 의도적으로 발치했다는 것이 밝혀지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믿음과는 상관없이 여론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던 나피디는 방송 전 유독 많았던 MC 몽 분량을 재편집해 방송 시간마저 줄어들게 되었다는 말로 힘겨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끝난 후 다수의 시청자들은 나피디의 말과는 달리 MC 몽의 잦은 등장에 화를 참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거센 반발은 그의 퇴출이든 하차가 결정되는 순간까지 지속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MC 몽 자신은 무죄를 확신하고 마지막까지 투쟁하겠다고 하지만, 더 이상 <1박2일>에서 그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시청자 다수의 의견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큐 1박2일'이 정체되어가던 그들을 새롭게 깨우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자신을 찾아 떠난 그들의 여행은 획일화된 패턴을 넘어 새로운 변주로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그 어떤 특집보다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그들의 특별한 여행은 아쉽게도 MC 몽의 병역비리로 인해 감동이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MC 몽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증거나 정황상 그가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버리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자신의 무죄를 위해 투쟁하는 것과 '1박2일'은 별개의 일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별개의 문제는 그의 빠르고 확실한 선택을 강요합니다. 13일 KBS에서는 MC 몽 퇴출에 대한 임원 회의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결과에 따라 그의 퇴출이 공식화되겠지요.
오늘 방송에서도 나영석 피디는 마지막까지 MC 몽의 진심을 믿으려 했습니다. 그렇기에 MC 몽의 숨겨진 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감동적인 코드들만 시청자들에게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자신과 멤버들의 마음을 담아 우회적으로 MC 몽의 지지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지만 다수의 시청자들은 이미 MC 몽이 떠나기를 바라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MC 몽이 남는다면 더욱 힘든 일을 겪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MC 몽 말대로 진실을 찾기 위해 투쟁을 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과정 속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방송이란 본의 아니게 사실과 상관없이 왜곡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악인이 선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방송이기에,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고 그 왜곡된 이미지가 본질을 덮어버리는 경우들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확신과 사건의 검찰 송치는 MC 몽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MC 몽은 병역비리를 저지른 연예인으로 낙인찍었습니다. 없는 말을 만들어 한 연예인을 의도적으로 추락시킬 이유가 없기에 경찰 조사를 부정할 이유도 찾기 힘듭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KBS의 결정 전에 자신이 스스로 <1박2일>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요? 진실을 떠나 자신의 논란으로 인해 <1박2일> 자체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면 스스로 하차해 무죄를 호소해야만 할 겁니다.
지리산이라는 위대한 산. 자연과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과 만난 <1박2일>의 멋진 여행은 아쉽게도 MC 몽 사건으로 감동은 반감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결자해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홀로 걸으며 그 안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연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은 여행 버라이어티인 <1박2일>이 시청자들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