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행동으로 경고장을 던졌다.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홍명보 감독(44)이 내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동으로 시끄러운 대표 선수들에게 무언의 행동으로 첫 메시지를 던졌다. ‘팀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경고였다.
홍명보 감독은 4일 오후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전주에서 만나는 것으로 대표팀 사령탑의 첫 일정을 소화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후 외부 활동 없이 조용히 팀 구상을 해왔던 홍 감독의 첫 행보가 전임 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감독은 최 감독을 만나기 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내가 먼저 전임 감독님을 찾아 고마움과 존중을 보낸다면 선수들이 알아서 느끼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난 홍 감독이 선배인 전임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면서 대표 선수들에게도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다. 대표팀은 최근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윤석영(퀸스파크레인저스)이 SNS를 통해 감독의 권위에 도전하고 팀 내분을 자인하는 볼썽사나운 행보를 보이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홍 감독의 첫 행보는 이런 기강 풀린 대표팀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실제 홍 감독은 “현 대표팀의 가장 큰 현안이자 제일 먼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그 문제(대표팀 내분)가 아니겠냐”고 말하며 흐트러진 대표팀 기강을 잡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최 감독을 만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데 대한 고마움을 표한 뒤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대표팀의 실상을 전해듣고 향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감독은 논란 중인 대표팀의 해외파 선수들의 기용과 SNS 사용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밝혔다. 그는 “해외파 선수들의 특징과 심리 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문제없이 끌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문제를 일으킬 때에는 먼저 설득에 나설 것이다. 잘 구슬려 데리고 가든가 아예 버리고 가든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정답은 없지만 계속 지적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팀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여론이 반대해도 쓰겠다”는 소신을 보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선수들의 SNS 사용에 대해서는 지난 런던올림픽 얘기를 꺼내며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과 대회 마칠 때까지는 SNS 사용을 하지 않도록 약속했다”면서 “대표팀 내부의 일이 SNS를 통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내린 조치였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SNS가 요즘 젊은 선수들의 일상으로 자리잡은 현실을 인정하지만 팀을 저해해서는 안된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정하겠다”며 팀 우선 원칙을 천명했다. 사실상 SNS 금지를 통해 대표팀의 내부 기강을 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홍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취임 일성으로 내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 슬로건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