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온도'18禁·'고령화가족'15禁..등급 천태만상
최근 영화계에서 영화 등급에 대한 설왕설래가 뜨겁다. 등급에 따라 관객수 차이가 적지 않게 나는 탓이다. 표현수위도 자기검열이 따른다는 볼 맨 소리도 나온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고령화가족'은 당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가 편집을 다시 해 15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받았다. 지난 4월 29일 기자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령화가족' 송해성 감독은 "영화 속 몇몇 부분들이 15세관람가 등급을 넘어가지만 등급을 매겨주시는 위원들께서 작품의 부분적인 면 보다 전체를 보고 15세 관람가 등급을 매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윤제문을 때리면서 하는 대사라 표현이 직설적이었다. 외국 출장을 가는 아침에 갑자기 촬영을 했다. 공항 가는 길에 '이래놓고 15세 등급 안 나오면 저 화낼 거예요'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사회가 끝난 뒤 몇몇 영화인들 사이에선 '연애의 온도'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고령화가족'이 15세 이상 등급을 받은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들이 쏟아졌다.
'고령화가족'은 욕설에 조폭 폭력, 청소년 흡연, 불륜, 음주장면, 카섹스 장면 등이 고루 등장하는 반면 '연애의 온도'는 욕설, 성인 흡연, 음주장면, 여성 상체조차 등장하지 않는 섹스신 등으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연애의 온도'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자 재편집해서 영등위에 재심의를 신청했다가 다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연애의 온도'에 대해 "연애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함에 있어 선정적, 폭력적인 부분은 일부 자극적으로 표현되고 대사표현에 있어 거친 욕설과 비속어, 선정적 내용이 지속적이며 빈도가 높고, 일부 내용에서 청소년이 관람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어 청소년관람불가"라고 결정했다.
반면 '고령화가족'은 "주제 및 내용의 영상 표현에 있어 사회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제한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수준으로 15세이상 관람가"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개봉한 '전설의 주먹' 측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당황했다. '전설의 주먹' 측은 가족의 화합을 담은 만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기대하며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
영등위는 '전설의 주먹'이 "영상의 표현에 있어 학교폭력, 청부살인 등의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수위가 높아 청소년관람불가"라고 밝혔다. '전설의 주먹' 측은 앞서 개봉한 '지.아이.조2'가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는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게 억울하다는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심의는 넣지 않았다.
할리우드영화 '지.아이.조2'는 칼로 사람을 베는 장면에 총이 수시로 등장해도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할리우드영화에 한국영화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등급에 대한 불만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영화계 분위기는 방아쇠만 당기면 터질 만큼 턱 밑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올 6월 영화나눔협동조합 출범에 신경을 쓰고 있어 상대적으로 등급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언제라도 불꽃이 튈 가능성이 크다.
제작자들 입장에선 등급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등급에는 투자배급사도 민감하다. 오히려 낮은 등급을 받기 위해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에로사극이란 표현까지 들었던 '후궁'은 투자배급사 요청으로 영등위에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신청했다는 비화도 있다.
이에 대해 영등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비율을 따져 봐도 올해가 결코 많지 않다고 밝혔다.
영등위 관계자는 "'고령화가족'은 가족들의 화해와 가족애를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애의 온도'와 주는 메시지가 다르다. 그런 부분에서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괜찮지 않느냐는 의견이 반영됐다. 욕설이 있지만 15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 재편집을 통해 욕설이나 칼로 찌르는 장면 등이 많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등위 관계자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국영화에 비해 폭력성과 선정성에 비해 낮게 등급을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 "할리우드영화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없다. 다만 비현실적 폭력, 즉 가상폭력과 실제폭력을 다르게 보는 것은 있다. 판타지나 SF의 폭력은 실제 폭력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전설의 주먹' 은 실제적인 학교 폭력이 있고 청부살인이 있는 반면 '브레이킹던'은 사람의 목이 떨어지지만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기에 다르다는 것.
영화계에선 영화 전체의 맥락을 보고 등급을 줘야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영등위측에선 영화계 의견을 수용해 37개 조항에서 117개로 등급분류 기준 조항을 늘렸다고 항변한다.
영등위 입장에선 각계 인사가 모인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에서 등급을 결정하는데 영등위가 영화계 불만을 뒤집어쓴다고 억울해할 수도 있다. 현재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는 조금환(영화감독), 권혁종(디케이이앤엠 상임고문), 김경아(전, 전주문화방송 아나운서), 김성림(서울 YMCA), 송재범(시나리오 작가), 이미연(영화감독), 이숙환(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사) 등 이상 7명으로 구성됐다. 8월31일까지 임기다.
영등위 관계자는 "등급 분류 위원들마다 물론 차이는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서 심의를 하지만 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등위에 따르면 소위원회 위원들은 한국영화 발전과 청소년보호에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1000편이 넘는 영화들을 심의했으니 보통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제도에선 이들이 상식적인 눈으로 등급을 결정하는 일이 지속돼야 영화계 불만이 한층 줄어들 것 같다.